어제 중고등부 아이들과의 나눔시간에,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나눴다-
토요일에 있었던 가정방문 이야기들을 했는데.. 내 옆자리에서 듣고 있던 아이 하나가 깜짝 놀라며,
"선생님 마음 여려서 어떡해요? 마음 여려서 그런 일 어떻게 해요~" 라고 하는 것 ㅇㅅㅇ
그 반응에 나도 놀라서, "아, 나 걱정해주는거야?ㅋㅋ" 하고 웃어넘겼다.
여리게 봐주니 고맙네~ 하고 말았는데 ㅋㅋ 근데.. 시간이 지날수록, 그 아이 말이 맞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.
자꾸만 마음이 무겁고, 아프고.
가정방문 중 만났던 아이. 그 아이의 눈물흘리던 얼굴을 생각하니 나도 눈물이 왈칵- 나고,
이 세상에, 사람에 화도 나고.
교회분들 몸이 아픈 걸 보니, 또 마음이 쿵-
가슴이 아프고.
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있는 듯이, 마음이 무거워서 괴롭고..
.. 사람들은 왜이리 아파야 하는지.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왜 몸까지 아픈건지.
이제 시작인데, 이렇게 마음이 아프면. 나는 계속 이런 것들을 보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겁고-
그러던 중, 친구의 페이스북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.
일정에 대한 사무적인 이야기 후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.
나라를 잃어 헤매는 이라크 난민을 직접 만나보니 참 가슴이 아팠다고, 세상에 참 가슴 아픈 일이 많아 그런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속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고. 그런데 그렇게 세상의 아픔을 보는 일을 어떻게 해내시는지 여쭤보았다.
...
교수님께서는 "가슴이 아프지. 정말 아직도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어"라고 하셨다.
나는 아픔을 느끼지 않는 법, 무뎌지는 법, 더 쉽게 견디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편이한 길을 요구했지만, 교수님께서는 현장을 떠나신 뒤에도 여전히 아픈 마음을 품고 계셨다.
정말 감사드린다.
결코 쉬운 길이 없음을, 그렇지만 그 길을 먼저 걸어가 주셔서 희망을 주심에 감사드린다.』
나 또한 그랬다.
마음이 아프지 않으려고. 아프지 않을 수 있는 방법. 뭐 그런 걸 기대했던 것 같다.
근데.. 아직도. 아직도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는 교수님의 대답.
.. 평생을 그렇게 사셨구나. 평생을 그렇게 가슴아파 하며.. 그래서 그렇게 움직이셨구나.
그래서 그렇게 삶을 그들을 위해 쓰셨구나..
평생을 그렇게 아파하시며, 그 아픔을 감당하시며 사셨구나..
분명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, 안타까워하시며 말씀하셨을 여든이 넘은 노교수님의 대답으로부터
또 한 번 큰 가르침을 얻는다.
다행이구나. 하는 생각이 들며,
마음이 홀가분해진다.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.
아파해야지. 아파지지 않게 되는 것을 무서워하며, 경계하며. 더욱 아파해야지.
이틀 전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 곁으로 가신 존경하는 교수님처럼. 나도 그렇게 따라갈 수 있기를. 오히려 구해야지.
오늘도 감사합니다. 천국에서 뵙겠습니다 이윤구 교수님 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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