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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로그.

이 땅에서도.

지하철을 타자마자, 폴짝. 뛰었다.
문 앞에. 발 밑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ㅠㅅㅠ

정신차리고 보니 웬 청년이 술에 취해 쭈그리고 앉아있었고.. 그 주변에는 으엑ㅠ
그리고 그 옆에는, 그 사람에게 간간히 말을 거며 바닥에 있는 오물을 닦고 있는 또 다른 청년.

"괜찮아요? 어디까지 가요?"
우왕. 멋있다아.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빨리 닦는게 낫겠지. 하는 생각에,
그 청년 휴지를 좀 얻어서 같이 바닥을 닦았다.

다 닦고 나니, 멋있는 청년이,
"휴지 저 주세요. 제가 버릴게요."
웃으며 더러운 휴지들을 다 가져간다.
우왕.

그러고 나서 가만히 서 있노라니,
또 다른 청년이 주섬주섬 오더니 물티슈를 건넨다.
"이걸로 손 닦으세요."
우왕. 멋지다.
그러더니, 또 물티슈를 꺼내서 바닥을 깔끔하게 닦는다.

취한 청년이 내릴 곳에 다다르자,
아까 그 멋있는 청년이 비틀거리는 청년을 데리고 같이 내린다.
내리기 전, 나에게까지 "감사해요."하고 웃으며 내린다.
취한 청년도, 내리기 전에 간신히 뒤돌아서더니, 허리를 푹- 숙이며
"죄송합니다." 라고 모두에게 사과를 하고 내린다.

.. 세상, 괜찮은 거 같담.
어차피 다 부족하지 않은가.
부족할 때도 있고 잘날 때도 있는거지.
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않겠낭.

이 청년들, 아마도 나보다 어리지 싶담.
어리고 부족하지만, 그래도 이 정도면 참. 좋지 않나 :)
좋다. 이 세상.
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. 예!>_<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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